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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외로움 때문에, 중년은 돈 때문에 우울

자연속에서 2025. 4. 4. 00:04

노년은 외로움 때문에, 중년은 돈 때문에 우울

강다은 기자, 오유진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배달 기사 최모(40)씨는 최근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해물 전문 식당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폐업한 뒤 온라인 도박에까지 손을 댔다. 지금은 마음을 잡고 하루 10만~15만원을 벌고 있지만 삶에 대한 의욕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언제 생활이 나아질지 몰라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며 “잠이 안 와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2일 보건복지부 국민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민 설문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심한 스트레스·우울감·불안·불면 등 각종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2018년 59.9%에서 2024년 73.6%로 1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2022년 63.8%(2023년은 조사 안 함)에서 급등해 지난해 처음 70%를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이 이어진 탓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정신 건강 문제 경험률은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60대가 24.8%에서 65.1%로 6년 새 2.6배로 커졌다. 이어 40대(64.2%→76.5%), 50대(59.6%→70.8%), 30대(70.5%→79.9%), 10대(68.2%→75.9%), 20대(69.8%→76.6%)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전문직과 행정·관리직 등 화이트칼라 계층과 학생, 구직자 등에서 비교적 정신 건강 문제 경험률이 높았다. 세대와 직업 등에 따라 ‘마음의 병’을 갖게 된 이유가 제각기 달랐다.

 

◇우울증 심한 4050, 주범은 업무 스트레스·가족 갈등

직장인 안모(48)씨는 2019년 다니던 회사에서 승진한 후 스트레스로 인한 기분 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 그는 연봉이 1억원 가까이로 올랐지만 업무 스트레스와 성과 압박이 심해졌고, 퇴근 후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었다.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들러 ‘불안과 우울에서 비롯한 음주 습관’이라는 진단과 함께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 안씨는 “2주 정도 약 복용 후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별로라고 느껴 다시 먹지 않았다”며 “이후 이직을 했고 여전히 우울하다”고 했다.

노년은 외로움 때문에, 중년은 돈 때문에 우울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해 국민 3000명의 정신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6%가 최근 1년간 15가지 정신 문제 중 평균 4.6가지를 겪었다고 답했다.

 

주로 심각한 스트레스(경험률 46.3%),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불안·불면(40.2%·34.1%·32.2%),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불편감(38.1%), 생활에 불편할 정도의 감정 기복(30.5%) 등이었다. 직장·학교에서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가족과의 갈등 등이 정신 문제로 발전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특히 경제활동의 ‘허리’에 해당하는 30~50대에서 정신 건강 문제가 두드러졌다.

 

특히 실적 압박 등 업무 스트레스에 더해 결혼·출산 문제도 겪는 30대는 정신 건강 문제 경험률이 80%에 육박했다. 7년 차 직장인 이모(33)씨는 “상사와 갈등을 겪어 ‘조금만 참자’고 다독이며 버텼지만, 그 상사가 인사가 난 뒤에도 ‘번아웃’ 탓인지 불안·불면 증상이 계속됐다”며 “회사 몰래 이직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정신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복지가 있는 기업 직원들의 정신 건강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생산성도 더 높게 나타난다”며 “정신이 건강한 직원이 많으면 기업도 성과를 내게 된다”고 말했다.

 

3040세대는 자녀 교육비 등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경제 문제로 부부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심각한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은 40대 자영업자 박모씨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함께 일하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지난해 20~40대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제적 어려움(30.1%)’이 가장 많았다.

 

취업 준비생과 사회 초년생이 많아 미래가 불안한 20대에서도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20대 취업 준비생 양모씨는 “소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 부모님과 갈등이 생겼고 이후 ‘뭘 해도 욕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직에도 의욕이 안 났다”고 했다. 중학교 영어 교사 이모(29)씨는 “지난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는 학부모를 여러 명 만난 후 정신이 피폐해져 한 해 동안 거의 울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10대는 주로 학업이나 학교 생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고등학생 김모(18)씨는 “사는 의미가 없다”며 “머리를 감거나 양치를 하지 않은 채 학교에 간다”고 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크게 다툰 후 부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관심 있는 반응을 얻지 못했고, 이후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우울해졌다고 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놀이 활동 감소 등이 청소년 정신 건강 악화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때부터 시작된 관계 단절로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친구 사귀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온라인 세상에서 도박, 자해 등을 배워 따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청소년 우울증을 방치하면 ‘은둔 청소년’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장년층은 외로움에 시달리며 정신 건강이 악화한다. 주부 전모(57)씨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부터 십수 년간 공허함과 우울감을 경험했고, 최근 아들 결혼 과정에서 겪은 갈등으로 우울감과 불면증이 심해졌다”며 “갱년기 증상이려니 하고 참아오다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성준모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청소년·노인 등 세대별로, 약물 중독자 등 특정 대상별로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한 사회 복지 서비스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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