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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 간 손상"속설…그건 오해였다고?

자연속에서 2025. 2. 3. 01:49

"한약이 간 손상"속설…그건 오해였다고?

서울대 단국대 공동 연구팀, '약물 유발성 간 손상'환자 67만명 분석

 

부정·불량 한약의 제조·유통을 뿌리뽑아야 한다. 규제받지 않은 한약은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한방 병의원에서 제대로 처방한 한약이 간을 나쁘게 할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단국대 공동 연구 결과에서다. 다만 평소 간이 나쁜 사람은 한약 복용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의사는 아직도 '한약 유해론'을 들먹인다. 한약이 많이 불법 유통됐던 시절엔 그럴 위험이 실제로 높았다. 일부 의사들의 이런 시각이 "한약을 잘못 먹었다간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의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간이 나쁜 사람이 한약을 먹으면 간이 더 나빠질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이 한약을 먹고 간이 나빠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보건환경연구소, 단국대 등 공동 연구팀은 '약물 유발성 간손상(DILI)' 진단을 받은 환자 67만여명을 조사∙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단국대 이상헌 교수(생명융합공학과)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코호트(동일집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약 처방이 간 독성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약이 간 손상의 주요 원인이라는 일부 종전 연구 결과와 달리, 한방 의료기관(병의원)에서 처방된 한약의 간 독성 위험이 위험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다만 평소 간이 나쁜 환자는 한약 처방 후 75일 이내에 DILI 발생 위험이 다소 높아질 수 있다. 한방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병력을 철저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약물 유발성 간 손상(DILI)'은 의약품, 일반 의약품, 약초 요법, 건강보조식품 등에 노출돼 발생하는 심각한 건강 문제다.

 

하지만 처방약인 한약이 DILI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연구팀은 한방의료기관을 통한 한약 처방이 약물 유발성 간손상(DILI)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2011년 1월~2019년 12월 DILI로 진단받은 환자 집단에 대한 데이터를 건강보험심사 평가원(심평원)에서 입수했다.

 

"약물 간독성 위험 제대로 평가하려면...한방 병의원 처방 한약과 규제되지 않는 한약 구분해야"

 

연구팀은 이들 환자 중 일정 기준(포함기준과 제외기준 적용)에 맞는 67만2411명을 가려내 분석했다.

 

연구팀은 '한약에 대한 노출'을 90일 기간 내에 양방과 한방의 병의원을 방문하거나 약을 처방받은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외래 환자, 입원 환자, 간 질환 환자의 세 그룹에 대해 분석했다. 또한 DILI의 상대적 발생률을 다양한 노출 시나리오에 대해 각각 계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가 양방 병의원을 방문하거나 의약품을 처방받은 뒤 3~15일 사이에 '약물 유발성 간 손상'을 일으킬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방 병의원을 방문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DILI를 일으킬 위험이 55%, 양방 병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DILI를 일으킬 위험이 144% 높아져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런 위험은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기준치(정상)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한방 병의원을 방문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DILI를 일으킬 위험이 1% 이내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한방 병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DILI를 일으킬 위험 역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간 건강이 이미 나쁜 환자가 한약을 처방받으면 DILI를 일으킬 위험이 다소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성호 교수(역학∙보건통계학)는 "약물의 간 독성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의료기관(한방 병의원)에서 처방된 한약과 규제되지 않은 한약을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Exploring the association between herbal medicine usage and drug-induced liver injury: insights from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using SCCS in South Korea)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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