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숙취 더 심한 이유…술 빨리 깨려면?
땀과 소변·대변 배출이 숙취 해소 명약
숙취는 대개 자신의 주량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실수록, 안주 없이 술만 계속 마실수록 심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등산이나 야유회, 체육대회 등 야외 행사가 많아지는 행락의 계절이다. 여러 사람이 서로 한 잔 두 잔 권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주량을 넘어서는 경우가 상당하다. 한의학에 따르면, 봄에는 우리 몸에 영양이 부족한 상태가 되기 쉽고 기(氣) 또한 허약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봄철에 술을 마시면 피로가 더 심하고 후유증 또한 크다고 알려져 있다.
지나친 양의 알코올 섭취는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하고, 알코올 분해로 생기는 대사산물은 간 손상을 일으킨다. 또 간의 휴식 시간이 없이 술을 자주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할 확률도 높아진다. 장기간의 과다한 음주가 계속되면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에 걸릴 수 있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의 약 90% 이상에서 나타나는 것이 지방간이다. 지방이 과하게 쌓이는데 간세포 손상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성 간질환 중 가장 흔하다.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간혹 복부 우측 위쪽의 불편한 느낌과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으로도 쉽게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음주를 지속하면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단계를 넘어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을 동반하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부터 발열, 황달, 복부 우측 위쪽의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은 간이 커지면서 복수가 차거나 간의 기능 부전 상태에 이르러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질환 역시 금주가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치료법이며, 심한 경우 입원이 필요하다.
따뜻한 물과 녹차, 더운 국물, 오이즙 등 꾸준하게 마시면 좋아
음주 후의 숙취 해소는 개인 건강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경쟁력도 된다. 봄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술의 유혹을 조심해야 하고, 피치 못해 마셨다면 다양한 숙취 해소 전략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
술에서 깨려면 일단 먹어야 한다. 물과 음식을 먹어야 몸에 있는 ‘숙취 유발의 주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신진대사를 거쳐 잘 빠져나간다. 일명 해장국, 즉 더운 국물을 훌훌 마시면 땀과 함께 알코올이 빠져나온다. 잘 알려진 대로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은 숙취에 효과가 있다.
술 마신 뒤 위와 간이 부담스러운 상태에서 자극적인 음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운 국물보다는 맑은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위에 부담이 적다. 따뜻한 꿀차, 녹차를 수시로 마시면 좋다. 오이의 즙은 특히 소주 숙취에 잘 맞는다.
소변과 대변의 배출은 ‘숙취 해소의 명약’이라고 한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심재종 원장(한의사)은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대표적인 숙취 해소법은 ‘발한 이소변(發汗 利小便)’인데 땀을 많이 내고 소변을 배출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알코올 대사를 촉진한다. 그러나 한증막이나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신 후 몸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도 노폐물 제거와 알코올 대사를 촉진하여 숙취를 해소한다.
따뜻한 물로 양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머리를 감은 후 빗질을 하면서 두피를 자극하면 머리에 모여 있는 여러 경락의 혈을 자극하여 술을 빨리 깰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심한 복통, 췌장염 가능성…심장박동 이상은 반드시 진료를
숙취는 대개 자신의 주량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실수록, 안주 없이 술만 계속 마실수록 심할 수 있다. 다음은 과음 후에 나타나는 주요 증상과 대처 방안이다.
참기 어려운 복통=견딜 수 없는 복통이 있다면 췌장염일 가능성이 크다. 만성 췌장염의 70~80%는 알코올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주기적으로 복통이 일어난다면 위장에도 이상이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일시적인 복통일 경우 미음 등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위장을 달랜 뒤 증상이 좋아지면 진밥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다.
속쓰림·구토 증상=위에 들어간 알코올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는 현상 때문에 생긴다. 구역질과 함께 창백한 얼굴, 군침, 발한, 현기증, 두통 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혈압이 낮아지거나 맥박이 천천히 뛰기도 한다. 주로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과음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음주 후 구토는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잦은 구토는 식도에 손상을 일으켜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심장박동 이상=술을 마신 후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폭음하면 알코올성 심근증으로 인해 실신이나 심장이 멎는 돌연사까지 우려된다.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지속되면서 호흡곤란이 이어지거나 발작성 두근거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발생하는 숙취 독성물질이 심장 수축을 방해하는 등 심장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음주 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심전도 등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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