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주등 술에 대한것

술자리가 고혈압 등 '성인병 삼형제

자연속에서 2012. 7. 11. 07:39

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24) 한국 직장의 술자리가 고혈압 등 '성인병 삼형제(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온상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 홍보팀에서 근무하는 김모(39) 과장은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고 근심이 깊어졌다. 검진 결과지에 빨간색으로 표시돼 경고등이 켜진 건강 지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혈압은 고혈압 직전(直前) 단계로 높아졌고, 공복 혈당은 120㎎/dL로 당뇨병 기준 126에 육박했다. 허리둘레는 복부 비만 판정을 받았다. 알코올성 간 기능 수치인 감마 GTP도 기준치를 벗어났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그는 일주일에 3~4번 음주 회식을 해왔다. 김 과장은 이 상태로도 '대사성 질환'에 해당한다. 이는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복부 비만이 서로 얽히고설킨 상태로 각종 성인병이 동시 다발로 생길 위험이 커 몸 안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강북삼성병원과 조선일보가 국내 20여개 대기업·중소기업 30~40대 직장인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음주 행태와 건강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각종 성인병 2~3가지를 달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소주 한 병 이상 마시는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일반 건전 음주자보다 고혈압 발생이 1.7배 높았다. 당뇨병은 50~60대에 주로 발생하는데, 이들은 젊은 나이인데도 4.6%에서 이미 당뇨병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의 일반인 당뇨병 유병률 2.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국민건강영양평가 자료와 비교). 과도한 음주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능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핏속에 기름이 많이 낀 고(高)중성지방혈증을 보였다. 알코올 과량 섭취와 음주 회식 시 고기 안주를 자주 먹었던 탓이다. 대사증후군 상태도 적정 음주자보다 1.7배 많았다.

흡연율도 고위험 음주자에서 두 배(1.9배) 높았다. 바늘에 실 가듯 술에 담배가 따라간 것이다. 고위험 음주자의 흡연율은 43.5%이지만, 적정 음주자는 27.5%였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와 흡연이 맞물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올리는 상황이다.

술병으로 불리는 소화기 질환도 만연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30%는 지방간, 19%는 역류성 식도염, 25%는 간 기능 수치 이상을 보였다. 알코올은 식도와 위를 분리하는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킨다. 대개 과음자는 술과 안주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역류성 식도염 유발 환경에 놓인다. 장기간 지속적인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암 발생 요인이 된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의 12%에서는 대장 용종이 발견됐다. 음주가 복부 비만을 유발하고, 자연스레 지방질 음식 섭취를 늘려 대장 용종 발생 위험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용종은 대장암 발생 위험 인자로, 고위험 음주자에서 대장암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은 의료 통계 수치와도 연관된다.

음주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아니다. 고위험 음주 직장인은 되레 정신적으로 불안과 초조 증세를 일반인보다 60% 더 많이 느끼고 있고, 우울감도 20% 더 높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찬원 교수는 "직장인들의 과도한 음주는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지만 이는 개인적인 노동력 감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지금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주와 관련된 질병 치료비용과 노동력·생산력 손실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20조99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GDP의 2.9%를 차지한다. 사케의 나라 일본(1.9%), 와인의 나라 프랑스(1.42%)보다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