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금주등 술에 대한것

술이란?..

자연속에서 2011. 12. 20. 04:13

아래에 내용은 그냥 참고 삼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술은 백약지장인가? 아니면 인간 마음을 흐리게하는 광약(狂藥)인가?....'

날씨가 으스스해지고 비라도 부슬부슬 내릴라 치면 괜히 기분이 멜랑꼬리해지면서 우리는 소주한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집에서 혼자 청승을 떨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남들이 "허... 이 친구, 술맛 좀 아네.."하는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기도 하고....
과연 술맛은 뭘까? 술마시는 사람들은 술맛을 느끼고 술을 마실까? 아니면 분위기를 마시는 걸까?



자... 술이 뭔가 부터 시작해보자.... 우리나라 주세법에 따르면 알콜 함량 1% 이상이면 술로 간주된다... 여기서 알콜이라 함은 에탄올(에틸 알콜)을 말한다.... 알콜에는 메탄올, 에탄올, 부탄올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 술은 에탄올이 포함된 것만을 말한다.... 근데 왜 그 많은 알콜 중에 하필 에탄올이 든 것만 술로 치냐? ..... 에탄올을 제외한 다른 알콜은 만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잘못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 메탄올의 경우 가끔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알콜이라고 희석해서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눈이 멀 수 있고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럼 순수한 에탄올은 과연 맛이 있을까?.... 답은 없다 이다... 거짓말 마라... 나는 술맛을 안다.... 술에는 분명히 맛이 있다....라고 주장하시는 애주가 분들도 계시리라 믿는다....마는..... 알고 계시는 술맛은 에탄올의 맛이 아니라 에탄올에 녹아있는 다른 향기 성분이나 맛 성분이다....
에탄올 자체는 무색 무취이지만 술을 만들 때 그 원료나 제조과정에서 향미 성분들이 생겨 술맛이 생기는 것이다....

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효모(yeast)이다..... 효모는 미생물의 하나인데 미생물 중에서는 크기가 조금 큰 놈이다.... 이 놈이 하는 짓이 좀 웃긴데...... 살기 좋은 환경에선 당분들을 섭취해서 생장과 생식을 하지만 살기가 조금 어렵다싶으면 (산소가 없는 환경) 자기 먹을 것을 남들도 못 먹도록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만들어버린다......(남주기는 아깝다는 건가?)..... 아마도 미생물의 생존 본능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지만 이런 짓거리 때문에 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술에 있는 에탄올은 이 효모라는 놈이 다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에탄올을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고 그 방법이 경제적으로는 훨씬 싸지만 술에 있는 에탄올은 전부 효모가 발효해서 만든 것이다... 물론 몇몇 살기 어려운 나라에서 화학 에탄올로 술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소리 하냐고? 희석식 소주는 알콜을 희석해서 만드는데 그 알콜은 화학적으로 만든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다..... 그랬다가는 우리나라 소주회사들 다 망한다. 희석식 소주에 사용되는 에탄올을 주정(酒精)이라고 하는데 이거 전부 발효법으로 에탄올만 정제해놓은걸 말하는거다..... 우리나라 주정회사는 몇 군데 있는데 생산주정은 전부 소주회사나 몇몇 전통주 회사로 들어가고 주세법 때문에 그 관리가 철저하다..... 장부상으로 만들어진 양에 따라 세금이 정해지니 따로 빼돌렸다가는 주세법 위반으로 바로 걸린다..... 이 주정은 주로 '카사바'라고 하는 고구마 비슷한 열대 지방의 곡물을 수입해서 발효해 만든다....

다시 효모 이야기로 돌아오자..... 효모가 당분을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만든다고 했다..... 다시말해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분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술의 재료가 곡류나 과일인 이유는 탄수화물이 많기 때문인 것이다.(당분은 탄수화물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아무리 애를 써도 돼지껍데기로는 술을 만들 수 없다는 소리다...... 대신 꿀로는 충분히 술을 만들 수 있다는 소리이다....
그럼 효모는 어디서 구하냐...... 사실 효모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발견되는 미생물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효모도 여러 종류라서 알콜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차이가 많이 나고 모든 효모가 다 알콜발효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술 회사들은 자신들 고유의 효모를 개발하고 그 균종을 엄청 소중하게 보관한다..... 이거 유출되면 회사의 기밀이 유출되는거랑 같다.... 물론 효모 말고도 제조 공정도 중요하지만 효모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효모에 따라 발효 특성도 다르고 조건도 달라 술회사마다 맛이 다르고 종류도 다른 것이다.....

 



그럼 집에서 술 담을 때 효모도 안 넣고 만드는데 그건 뭐냐......하는 의문이 생기면 똑똑하다고 할 수 있다.... 집에서 술담을 때 누룩을 쓰는 건 바로 효모 덩어리를 넣는 거 다.... 누룩은 그 자체로 미생물이 왕성하게 자라있는 배지인 것이다.... 누룩을 쓰지않고 엿기름만 쓰는 집도 있는데 이 엿기름에도 엄청난 효소와 효모가 있다..... 여기서 잠깐..... 과실주 담는다고 과일에다 설탕넣고 소주 부어놓은 거....... 이건 소주에다가 과실이나 꽃의 향미성분이 우러나오게 하는거지 엄밀하게 술을 담그는 거라고는 볼 수 없다..... 말 나온 김에 과실주나 꽃술 담그는 법을 알려주마... 아... 담그는게 아니라 만드는 법...... 위에 설명한대로 과실이나 꽃의 향미성분을 소주에 우러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과실이나 꽃이 깨끗해야하고 물기가 충분히 마른 상태여야한다..... 그리고 거기에 그냥 소주를 부으면 향미가 제대로 우러나오지 않는다..... 왜냐? 삼투압이라고 들어는 봤나?....
그래서 과실주나 꽃술을 만들때는 설탕을 넣어야한다..... 설탕의 양은 대충 붓는 소주 1되(1.8리터)에 설탕 1 ~2 킬로그램 정도 이다.... 꽃이나 기타 당분이 전혀 없어 보이는 원료에는 2킬로 정도.... 당분이 있는 과실의 경우에는 조금 줄여서 넣으면 되겠다..... 사용하는 소주로는 요즘 과실주용으로 나오는 순주라고 하는 알콜 30%짜리를 쓰는게 좋다......

계속해서.....음.....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자니 발효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증류도 같이 설명하겠다.....왜 이걸 설명하냐 하면 이걸 알아야 나중에 술의 종류에 대해서 말하기가 편하고..... 아는 척 썰 풀기에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다....... 역시 건방진 말투는 계속이어가겠다........아는 것도 없는 놈이 말투가 왜그러냐고 불평하시겠지만.......... 그래도.....꿋꿋하게 이어가겠다.....^^

앞에서 효모를 가지고 발효를 한다고 했는데 발효가 뭔지 자신있게 말할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발효식품이 된장하고 김치라고들 한다.... 그런 걸로 봐서는 뭔가 숙성이 된..... 아니면 조금 풀어서 삭힌......... 그런 걸 발효라고 하나?.... 발효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패를 같이 이야기해야한다.........자,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 아는 사람.... 음.....뭐라고? 같은 뜻 아니냐고?........... 맞다.. 발효와 부패는 같은 뜻이다..... 똑같이 미생물이 작용으로 식품이 변화한 것을 말한다..... 물론 아주 작은 차이는 있다.... 그건 그 결과물이 인간에게 이롭냐 아니면 해롭냐하는 것이다........참으로 이기적이지 않은가? 둘 다 미생물이 힘써 변화시켜 놓은 것인데.... 그 결과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면 상했다고 버리고 시큼하게 군침도는 냄새가 나면 발효식품이라고 몸에 좋다고 하니..... 물론 작용하는 미생물이 달라서 주로 발효는 유익균에 의해서.... 부패는 유해균에 의해서 생기는 거지만 그렇게 균을 나누는 것도 철저하게 인간의 기준이다.... 다 똑같이 이 세상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미물인데 한갖 인간이 뭐길래...........

이야기가 좀 샛다.... 어쨌든 발효는 한 마디로 미생물이 식품에 작용해서 새로운 향미를 만들어서 그 가치를 영양학적으로나 기호적으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일수록 발효식품이 많고 대표적인 발효식품은 술(당분을 효모가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든 것), 발효유(우유나 다른 동물의 젖을 유산균이 발효시킨 것), 장류(곡류에 곰팡이나 효모...), 김치(채소에 유산균 및 세균이 발효된 것), 피클(이건 좀 아리까리한데 식초를 써서 발효비스무리한 맛만 내는거라서 엄밀하게는 발효식품이라 할 수는 없다) 등등 적지 않다.... 헉.... 젖갈도 있다..... 과거에는 식품의 장기 저장 방법의 하나로 시작됐지만 그 독특한 향취와 영양적 가치 때문에 지금은 아주 많은 연구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이왕 이야기가 샌 김에 삼천포로 갔다가 와야겠다.... 얼마전에 일본의 기무치와 우리 나라 김치가 세계 식품 규격인 Codex에 서로 규격으로 등재하려고 열나게 싸워서 우리 김치가 이겼다는 소식을 들었으리라..... 또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김치에 뻑가서 지금 일본에서 우리나라 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리도 다 들었으리라.....
그럼 이런 의문이 생긴다..... 일본넘들이 발음을 잘 못 해서 우리 김치를 기무치라고 발음하는 거지 걔네들 기무치가 우리 김치하고 같은 거 아냐? 우리 김치 만들어서 걔네들은 기무치라고 하는 거 아냐?.... 천만에..... 일본의 기무치와 우리의 김치는 전혀 다르다.... 물론 걔네들 혀가 안 꺾어저 우리나라 김치를 보고도 기무치라고 하기는 하지만 일본넘들이 세계 식품규격에 내놨던 기무치는 김치가 아니다..... 이 발효식품이라는게 사실 표준화가 힘들다..... 왜냐하니 신선한 배추 1킬로에 굵은 소금 1되를 잘 섞어 버무리고 마늘 몇 쪽, 생강 몇 알, 고추 가루 얼마에 잘 삭은 육젖 얼마를 무게 잘 달아서 똑같이 만들어도 나중에 만들고 나서 맛 보면 천차만별인게 이 발효식품이라는 거다..... 또 그날 먹는 거랑 그 다음날 먹는 거....한 겨울 지나서 봄에 꺼내먹는 김장김치의 맛이 다른게 발효식품이라는 거다.... 우리는 이런 거 다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술 맛 뿐만 아니라 장맛, 김치 맛이 집집마다 다른 게 당연한 거다.... 근데....일본넘들은 달랐다....
우리나라 김치의 표준화가 어렵다는 걸 들고 나온거다.... 대량 생산 사회에서 표준화가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는 지는 잘 알고 있을테고..... 그 놈들은 규격화하기 힘들게 김치를 만들지 말고... 더군다나 맵고 짠 김치는 자신들 입맛에도 안 맞으니.... 채소를 적당히 소금에 절이기만 하고.... 신맛은 식초같은 거를 넣어 맞추고 매운 고추 가루 대신 빨간 색소(물론 천연색소이기는 하지만)를 넣어서 색깔은 비슷하게 만든거를 기무치라고 내놓은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이지만 이게 세계 식품규격위원회라는 이상한 집단에서는 먹혀들려고 했던 것이었다.... 물론 결국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고쳐지기는 했지만.....

발효 이야기하다가 말이 너무 많이 샜다..... 이거 발효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쩔 수 없는 일.... 다시 되돌아와서........... 술도 발효식품이라고 할 수 있고 효모에 의해서 에탄올이 생산된다 했다..... 물론 에탄올이 만들어지려면 당분이 있어야하고 그 당분의 양에 따라 에탄올의 양도 결정된다..... 당분 중에서도 효모가 이용하는 당분은 포도당인데(이거 포도에서 발견되었다고 포도당이라는 이름 붙었다)..... 눈치빠른 사람은 아시리라...... 왜 많은 과실주 중에서 유독 와인(포도주)가 그렇게 유명한지를......
그렇다.... 포도에 포도당 많다... 그래서 효모들이 발효를 잘 시키고 그 결과 포도주가 되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술의 종류 이야기에서 다시 할 것이고..... 여기서는 발효와 에탄올 이야기나 더 하자....
그럼 당분이 많으면 높은 도수의 술이 만들어지냐고 의문을 표할 수 있겠다만.... 아니다.... 왜냐? 효모들이 역시 미물이라 하는 짓도 좀 미물스럽다.... 자기들 살기 힘들 때 다른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위해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고 했다..... 기억은 하고 있나? 근데 이 놈들도 자기들이 만든 에탄올의 농도가 점점 높아지면 못 산다는 것이다.... 결국 발효를 해서 알콜 함량이 20% 가까이만 가면 다 저세상으로 가버린다..... 고로 당분이 아무리 많아도 일반 발효법으로 만든 술은 증류하거나 농축하지 않는 한 알콜 함량이 10%가 되기 힘들다..... 맥주 4 ~ 6%, 막걸리 4 ~ 8%, 포도주 5 ~ 15 %, 등이다.... 특히 포도주에서 시고 달고 쌉살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건 발효가 되지 않고 남은 당분 때문이란다..... 이거 잘 기억해둬라... 나중에 술 종류 이야기하면서 드라이 맥주와 아이스 맥주 설명할 때도 다시 나온다....

자..... 지금까지는 그냥 발효해서 만들어지는 술을 이야기했는데..... 시간이 좀 흘렀으니 좀 독한 술로 가보자.... 지금까지 설명한 거 보면 일반 발효법으로 만든 술은 알콜함량이 낮다....
근데 알콜함량 40%짜리 독한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런 술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궁금하다는 분이 계실 것이다.... 처음 술이 만들어 지면서는 앞에서 말한 일반 발효법으로 술을 만들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알게되었겠지..... 곡류를 쪄서(어려운 말로 증자라고 한다... 쩝) 거기다 엿기름을 섞고(어려운 말로 액화, 당화 과정 되겠다)..... 누룩을 같이 버무려 독에 넣고 바람 안 들어가도록 해서 며칠 묵혀 놓으면 이게 술이 된다...... 근데 어느날 누군가가 날이 추워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걸 한번 뎁혀봤다.... 뎁혔더니 뚜껑에 물방울이 맺혀 아까운 마음에 혀로 핥았더니...... 아이구아...... 알딸딸한게..... 지금껏 마신 술하고는 다르더라...... 이렇게 해서 증류주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자.... 또 증류는 뭐냐.... 이거 쉽게 생각하면 끓여서 증기를 따로 모은 거라고 보면 된다.....
괜히 증류 설명하자고 물질의 분리니.... 삼상이니..... 비등점의 차이니 하는 소리 하지 말자....머리 아프니까 쉽게 쉽게 가자....... 물이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몰랐냐? 이제부터 알면 되지)......알콜의 끓는 온도는 80도 정도이다(정도라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는 소리지)..... 그럼 물과 알콜이 섞여 있는 걸 끓이면.... 다시 말해서 술을 끓이면 어떻게 되겠나?.... 그렇다 알콜이 물보다 먼저 끓어서 김이 된다는 거다.... 그럼 먼저 끓어서 김이 된 알콜을 다시 식혀 모은다면..... 그렇다 알콜 함량이 높은 술을 얻을 수 있는 거다..... 이게 바로 증류주 되겠다....

옛날에는 일반 서민들 소주 먹을 수 없었다..... 임금님 수라상에나 겨우 올라갈 정도였다....
왜냐? ... 보통 쌀 한 말로 막걸리를 두어 말 정도 만들 수 있고 그걸로 소주를 1홉 정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소주 반 병에 한달 양식이 날라가는 거다.... 왜 그럴까? 한번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자...... 처음 발효해서 만든 술을(편의상 막걸리라고는 했지만 조금 다르다) 가마솥처럼 큰 솥이 붓는다..... 거의 한 양동이를 부으면 되겠지?... 그런 다음 가마솥 뚜껑을 꺼꾸로 덮는다.... 손잡이가 밑으로 가도록..... 그리고 그 손잡이 부분에 양쟁이 하나를 받혀두는 것이다.... 그러면 손잡이에 걸려 이 양쟁이가 어디로 도망을 못 가고 그 주위에서 왔다갔다 하겠지.... 그런 다음 불을 지피고 거꾸로 덮은 가마솥 뚜껑에는 차가운 물을 계속 갈아준다....... 이거 아주 간단한 증류기이다.... 가마솥 안에서 덥혀진 술 증기는 가마솥 뚜껑에 가서 자연스럽게 김이 서리고(뚜껑위에 찬물이 있으니) 그 김들이 모여 물방울이 되면 뚜껑의 경사를 따라 또로록 구르다가 손잡이 부분에 와서는 똑 하고 떨어져 양쟁이 속에 모이게 된다..... 이렇게 모인 맑은 물이 바로 증류된 알콜인 것이다.......
물론 물도 같이 증기로 되기때문에 100% 알콜이 아니라 20 ~ 40% 알콜 함량(이런 원시적인 증류기로는 알콜 함량이 더 높아지기가 힘들다)을 가진 술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예로 든 것은 아주 원시적인 형태이고 조금 발전된 것이 항아리 두개를 붙여놓고 그 사이에 남자 성기를 꺼꾸로 달아놓은 것 같은 소줏고리라는 것이다.... 이것의 구조도 위에서 말한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자..... 그럼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술 종류를 한번 말해보자..... 먼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이 있겠고.....
민속주라고 통칭되는 안동소주, 문배주, 이화주, 이강주, 법주 등이 있고, 외국 술로는 와인, 샴페인, 위스키 ( 이 위스키 안에 또 몰트 위스키, 그레인 위스키, 버번 위스키 등등이 있고), 브랜디, 럼, 진, 보드카 등등......
간단히 들어도 상당히 많은 종류의 술이 있다..... 뭐라고? 빼갈, 데낄라는 왜 빼냐고? 음..... 독한 술을 좋아하는 구나.... 여하튼 이렇게 따지다 보면 갖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것들을 다 돌아볼 수는 없고(그래... 맞다.... 내가 아는 것만 쓸려고 하는거다)... 대충 우리가 조금 들어서 아는 것들만 이야기할텐데.... 그 전에 좀 정리를 해야겠다.... 분류를 좀 해야겠다는 소리다..... 대충 분류를 하면 어느 술이 어느 계통인지 알 수가 있어서 그냥 하나하나 들어서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쉽지않을까 하는 배려다....

먼저 술의 주된 원료는 당분과 효모라고 했겠다..... 어? 언제 이야기했냐고? 위에서부터 다시 읽고 내려와라^^.....
효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당분이라.... 우리 먹는 음식 중에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가 있는게 뭘까? 가장 흔한 건 쌀이겠지... 그리고 과일들.... 다시 말해서 곡류와 과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래서 보통 술을 원료로 나눌 때는 곡류로 만들었냐.. 아니면 과실로 만들었냐로 나눈다.... 그럼 그거 말고는 술 못 만드냐고? 왜 못 만들겠냐? 그러면 곡류도 별로 없고 과일도 없던 몽고 같은 초원 지대 사람들은 술도 안 만들어 먹었겠냐? 말 같은 동물의 젖으로 술을 만들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서는 벌꿀로도 술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이걸로 전공할 것도 아니고 단지 아는 '척'하기 위해 읽어두는 거니까..... 대충 곡류와 과실을 원료로 하는 술만 이야기하자.... 그리고 또 하나의 기준.... 바로 앞글에서 말한대로 발효를 해서 바로 걸른 술이냐.. 아니면 알콜 함량을 높이기 위해서 증류한 술이냐... 하는 것도 하나의 분류 기준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양조주(발효해서 걸른 술을 이렇게 부른다)냐..... 아니면 증류주냐....하는 것이다..... 알콜 함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류하는 수 밖에 없냐? 다른 농축 방법도 있을 것 아니냐.....하는 사람은 가서 전공해라.... 그것까지는 여기 안 다룬다....

눈치 빠른 분이야 잘 알겠지만 양조주와 증류주를 구분하는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양조주는 알콜 함량이 낮고 증류주는 높다..... 이런 당연한 말도 쓰기는 써야하는건가?.... 다음 양조주는 탁하고 증류주는 대체로 맑다.... 증류했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또 하나 양조주는 술맛이 복잡하고 원료의 풍미가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증류주는 술맛이 깨끗하고 원료의 풍미가 녹아서 나온다..... 녹아 나온다는 말... 어렵지?... 표현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대충 브랜디를 마셔본 사람이면 느낄 수 있을 거다.... 분명 포도주로 만들었는데 포도의 풍미는 아니지만 그래도 위스키하고는 엄연히 다른 그 맛.... 그래서 녹아 나온다라는 표현을 쓴거다....

야...... 내가 쏘주는 좀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쏘주에 보면 말이지.... 상표 한쪽에 읽기 어려운 한자로 희석식 소주라고 써 있더라.... 이거는 증류한 거 아니잖아..... 이렇게 시비거시는 똘똘한 분.... 쫌만 기둘려라.... 그거는 쏘주 이야기할 때 다 말해 줄꺼다.....
어쨋든 우리가 알고 있는 술의 이름은 대충 위의 기준으로 나누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곡류가 원료인 술을 한번 따져보자...... 대표적인 술이 맥주 되겠다..... 오죽하면 술 이름에 벌써 보리 맥(麥)자가 들어가 있겠냐.....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가 여기에 해당되겠다....
그 다음 과실주로 대표적인 건.... 그래 포도주이다.... 봐라... 이것도 이름에 포도가 들어가 있잖아....(웃자고 하는 소리다....)..... 지금 예로 든건 둘다 양조주이다... 증류주로는 곡류를 원료로 한 대표적인 술이 위스키이고 과실을 원료로 한 대표적인 술이 브랜디이다.....
엄청 줄이고 생략해서 말하자면 ...... 막걸리 만들어서 증류하면 소주가 되고..... 맥주 만들어서 증류하면 위스키가 되고 ...... 포도주 만들어서 증류하면 브랜디가 된다..... 근데 이거,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건 괜찮지만 좀 아는 듯 싶은 사람앞에서 이거 우기지 마라..... 대충 개념적으로 말하면 그렇다는 소리지... 딱 들어맞는 소리는 아니다.... 괜히 맥주 마시면서 이거 증류하면 위스키 되는 거 알아?.... 하다가 면박 당했다고 나한테 머라 그러지 마라.....
곡류를 원료로 했다고는 하지만 곡류의 종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잖아.... 그러니 그 원료에 따라서도 다 다르다.... 대충 훑어보면 막걸리는 밀이나 쌀로 만들고....맥주는 아다시피 보리..... 청주는 쌀..... 빼갈은 수수(고량주라고 해야 맞는 말인데 그냥 빼갈이라고 한다... 고량이 바로 수수이다.... 들어는 봤나? 붉은 수수밭.....이거 원래 영화제목이 홍고량이다.... 한자? 스스로 찾아보아라...)....
위스키는 맥아, 옥수수, 밀 등 다양하다.... 근데 이것에 비하면 과실주는 별로 다양하지 않다.... 대표적인 포도주를 제외하면 사이다 정도 뿐이다.... 사이다가 무슨 술이냐고?...... 그런 사람은 지금 영어사전 펼쳐서... cider라는 단어 찾아봐라.... 알겠냐? .. 사이다의 원뜻을?... 한 음료 회사의 브랜드가 일반 명칭이 되어 원래의 뜻과 달라진 좋은 예이다... 근데 여기서 그럼 매실주니 복숭아주니 모과주니 하는 것들은 뭐냐 하겠지? 과실 중에서 실제로 그 과실이 가지고 있는 당분으로 발효를 할 수 있는 것은 포도나 사과 정도이다... 다른 것들은 당분 함량이 떨어지고 발효하기에 좋지 못하다.....
따라서 매실주니 모과주니 하는 것들은 발효를 시키는게 아니라 과일의 액즙을 첨가한 다른 술에 우러나오게 하는 것이니 지금 말하는 과실주와는 다르다......

이제 대충 술을 분류했으니 하나하나 들어가며 이야기를 해보자..... 기대하시라...... 우선 요즘 인기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파전이나 김치찌게를 보면 생각나는 막걸리.... 이거 막 걸렀다고 막걸리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또 탁주라고 하는 말도 일리가 있다.... 이걸 증류해서 만든 소주를 백주라고도 불렀으니 그에 상응하는 말이 탁주가 되겠지....
원래 쌀로 고두밥을 짓고 거기다 누룩을 버물려 독에 넣어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여며서 두면 며칠 있다 술로 변하는데 이걸 공장화한게 막걸리이다... 물론 공정은 좀 다르다... 더구나 한 때 우리 생활이 궁핍할 때는 쌀 대신 밀가루를 썼다....
혹시 집에서 발효법으로 술을 담아보려고 하니 정확한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분 있으면...... 말리고 싶다.... 그 노력으로 그냥 가까운 술집에 가셔서 한잔 하고 오시라.... 뭐? 집에서 담그는 술이라 맛이 특별하지 않겠냐고?...... 과실에 씻어 설탕넣고 소주 부어서 만드는 술이 아니라 제대로 발효해서 술을 담그고 싶다면.......... 그거 너무 어렵다..... 아니 술은 만들 수 있는데 제대로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또 하나의 문제.... 옛날과 달라서 쉽게 오염되고 완전 오염되지 않고 다른 유해균이 적당히 섞여서 발효가 잘못 진행이 되어도 보통 사람들이 알기에는 어렵다... 물론 마시고 죽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문제가 있을 수있다.... 그럼 옛날 사람들은 미생물학적 지식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술을 잘 담아 마셨냐고?.... 뎀비지 마라.... 옛날과 지금은 다르다.... 옛날보다 오늘날 훨씬 더 유해 미생물이 많다.... 또 도시와 시골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이 다르다.... 하물려 사람 손마다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 종이 다른데..... 결국 공기 안 좋은 도시에서 제대로 효모 발효해서 술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다.... 그래도 해보고 잡다고?... 그럼 해봐야지 별 수 있겠냐......대신 누룩 구해달라는 소리는 하지마라....

이 막걸리가 탁한 이유는 바로 완전히 발효되지 않고 남은 전분 알갱이들이 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 한마디 하다가 새끼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손가락 한번 빨고 막걸리 사발 들이켜야하는 일이 발생하는 거다.....
한때 막걸리 가라앉지 않게 하는 연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결국 실패했다.... 성공했으면 막걸리 대박이었을 수 도..... 지금도 아마 누군가 이거 실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막걸리를 병으로 사면 섞을려고 흔들어야하는데 그러고서 마개를 따면 콜라도 아닌 것이 막 튀어 나올려고 하지? 이게 바로 발효되면서 생긴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는 마실 경우 청량감을 주는데 여기에 착안해서 탄산음료가 생겼다고 한다.... 하기야 처음부터 일부러 물에다가 이산화탄소를 넣었겠는가?..... 그러고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양조주는 대체로 이산화탄소가 그대로 있어서 거품을 만드는데... 증류주는 그런게 없다...... 그래... 증류하면서 이산화탄소가 제거되고 효모도 다 없어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하고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역시 증류주에 이산화탄소를 넣고 알콜 함량을 조금 줄이면 맛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 실험해보거나 남한테 말해본 적은 없다..... 혹시라도 다른 분이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보시라....
요즘은 막걸리도 효모를 걸러내서 유통기한을 늘린 제품이 대부분이고 캔으로도 제품이 나올만큼 새로운 시도가 많이 되고 있다...... 술맛을 아는 사람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아마 막걸리와 돼지비계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게일 것이다....
아... 그리고 보통 술을 만들 때 다른 첨가물은 안 들어가야한다고 생각을 하는가 본데... 그거 아니다.... 물론 필요없다면 첨가물들 안 쓰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근데 첨가물이 안 들어가면 상품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 앞에서 김치를 예로 들면서 발효식품은 표준화가 힘들다고 했다..... 그렇다.... 다른 것들하고 달라 발효식품에는 .... 특히나 그 속에 미생물이 살아있는채로 유통해야하는 제품은 대량생산이 너무 까다롭다..... 예를 들어 음료회사에서 오렌지쥬스를 만들려면 오렌지 농축과즙을 물에 녹여 (오렌지 100% 쥬스는 물을 안 섞지 않냐고?.....오렌지 과즙 120% 쥬스를 만들어 시판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설탕도 좀 넣고... 구연산으로 산도 높이고... 향을 첨가시켜 나중에 몇 가지 규격 검사(고형분 함량, 산도, 당도 등....)을 해서 맞으면 공장에서 바로 출하시키면 된다....
근데 김치는 같은 날 만든 제품이라도... 냉장고에서 며칠을 있었는지.... 유통과정중에 어떤 온도 변화가 있었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포장지 배가 팅팅하게 불러서 반품되는 경우도 있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탈산소제도 넣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미생물도 자신들이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걸 어떡하겠느냐..... 어느 정도까지는 컨트롤할 수 있지만 정말 어느 정도일 뿐이다....그렇다고 맛의 차이가 나는 제품을 시장에 그냥 내보내나?... 이 제품은 품질을 일정하게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 그냥 파니까 사서 드시는 분들이 다 이해하고 드세요.... 하고 할 것인가? 말도 안 된다.... 가능하면 규격화해야하는 것이 대량생산 사회에 살아남는 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첨가물로 커버를 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정도만 알아두자....

쏘주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 우리는 느낀다..... 이것이 인생임을......
자.... 이제 쏘주 이야기를 해보자...... 왜 쏘주냐고? 제대로 쓰면서 이야기 하자고?...... 모르는 소리..... 내가 쏘주라고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즐겨 찾는 쏘주는 원래의 소주와는 거리가 있기 떄문이다..... 이름을 똑같이 소주라고 했을 뿐..... 분명 다르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쏘주라고 부른다...... 딱 맞지 않은가? 그 느낌이...... 그럼 쏘주와 소주는 어떻게 다른가? 원래 소주는 증류주의 총칭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억력 좋은 사람들은 앞에서 내가 증류를 설명할 때 막걸리를 가마솥에 넣고 끓여서 소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한 걸 기억할꺼다...... 못 한다고? 상관없다.... 그거 몰라도 세상 잘 산다...... 어쨌든 소주는 백주, 화주 등으로도 불렸는데.... 가장 잘 표현한 이름은 아마도 노주(露酒)일 것이다.....
진로 회사의 회사명도 여기서 착안한 듯 싶은데..... 왜 노주라고 했을까? 그렇다.... 증류할 때 방울방울 김이 맺혀 떨어진 것을 모아 만든게 바로 소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슬이 모인 것 같지..... 멋진 이름이지 않은가? 이슬주.
그러니까 원래의 소주는 양조주를 증류한 술을 말했고.... 지금의 안동소주도 그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앞에도 말했지만 이 소주..... 한 되를 만들려면 엄청난 쌀이 없어진다.... 그래서 몇천석하는 집에서 풍년에 제주로 쓰거나... 아니면 약으로 쓰기 위해(어른들은 애들이 손 댈까봐 겁나면 다 약에 쓴다고 한다) 만들었던 거다..... 근데 사실 증류를 하게 되면 알콜 농도가 높아지고 술맛이 깨끗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향취가 별로 없다.... 물론 처음의 원료인 곡류에서 기인하는 향취가 있긴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서 처음 양조할 때 곡류 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향을 좋게 할만한 것들을 넣어보기도 하고.....특이한 누룩을 써보기도 하고.... 술 빚는 방법을 달리 해보기도 하면서 전통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소주 이야기를 하다가 전통주 말이 나왔으니 전통주 이야기를 이참에 좀 해보자......

우리들 쏘주 많이 마신다.... 하지만 이거 우리의 전통술하고는 거리가 좀 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에 꼬냑(브랜디)이 있고.... 영국에 위스키가 있고.... 러시아에 보드카..... 중국에 빼갈(고량주)..... 일본에 사케(청주), 멕시코에 데낄라(용설란주) 등이 있다...
근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을 대라고 하면 쏘주를 대기가 머뭇거려진다..... 그렇다고 막걸리? 한참 천대받고 있는 술을 대표로 내세우기도 그렇다.....
하지만 억지로 안동에는 안동소주가 있구요, 전주에는 이강주가 있구요, 경주에는 법주, 한산 소곡주, 이밖에도 문배주, 흑주, 백하주, 인삼주..... 등등 엄청 많아요... 할 것인가?..... 아니다... 이거 우리나라 대표술이라기 보다는 지방에서 특색있는 전통술일 뿐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술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난 솔직히 쏘주라고 하고 싶다..... 근데 좀 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아... 값이 싸다고 격이 떨어진다는거 절대 아니다..... 오히려 값이 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쉽게 대할 수 있어서 더 대표의 자격은 주어진다.... 하지만 이거 고급 술이 아니다...... 여기서 고급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누룩이나 좋은 원료로 정성껏 만들지 않고 대충 만들어도 쏘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전통술 이야기 나올 때마다 조금 슬프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시기가 없었으면 훨씬 더 알려졌을 것을.... 조세원 확보를 위해 밀주 단속하고 ...... 먹을 양식 귀하다고 가양주를 불법화하고 하면서 우리 좋은 술들 많이 사라졌다..... 그게 아쉽고 슬프다.....
또 개중 방법이 전래되어 지금도 살아남은 것들 중에는 대량생산을 위해 그 본질이 달라진 것들도 많다..... 어영부영 돈벌이가 될 것 같으니 술을 만드는데 기계를 맞춘게 아니라 기계에 맞추서 술 빚는 방법을 달리한거다..... 그나마 요즘은 뜻있는 회사에서 그런 것들을 새로 개발하고 나름대로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어 다행이다만..... 이것도 가격이 높아 나같은 서민이 쉽게 마시기에는 쉽지는 않다.... 또 전통술을 복원한 것들도 많이 나온다지만 이 복원이라는게 좀 어렵다....원래 누룩은 복원하기 힘들거든......

헉....쏘주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아직 첫머리도 시작 못 했다.... 이제부터라도 들어가자...... 내가 왜 쏘주가 소주하고는 다르다고 했냐....하면.... 우리가 지금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대변하면서 근대에 와서 개발된 술이기 때문이다.....
원래 일제시대 때까지는 소주를 집집마다 가양주로 빚기도 했는데..... 제품의 대량 생산 체계가 자리잡으면서 소주회사(사실 양조회사라고 하는게 맞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근데 경제적으로 궁핍해지면서 술을 만들만한 곡류가 부족해지고 그러니 증류주를 만들 수가 없었던 거다...그래서 생겨난 것이 주정이다.... 이 주정은 쉽게 말하면 당분을 발효해서 만든 에탄올이다..... 아주 순도 높은 술이다..... 너무 순도가 높아 다른 풍미는 전혀 없다.... 어떤 곡류를 원료로 해서 만들었든지간에 맛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깨끗한 술일 뿐이다...... 그러니 싼 곡류를 발효해서 주정을 만들고 이 주정을 물에 타서 희석하면 맛이 깨끗한 술이 되는거다......
이리하여 예전에는 쌀이나 조, 수수, 밀 등으로 양조하고 증류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술 제조법이었는데 이제는 값싼 전분을 양조해서 알콜만 뽑아 주정을 만들고 그걸 물에 희석해서 술을 만들게 되었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마시고 있는 희석식 소주인 것이다....
어떠냐? 이제 쏘주라고 불러야되는 이유를 알것냐? 쏘주의 역사도 순탄하지 않았다...... 제조법을 봐도 알겠지만 주정만 있으면 누구라도 술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쏘주 회사가 난립했을 거라는거 안 봐도 뻔하다...... 마을마다 막걸리 공장이 있는 것 처럼 쏘주회사 엄청 많았다.... 그러니 엉터리로 만드는 놈도 있고..... 물에 섞으면서 이상한 거 넣는 놈도 있고..... 주정 대신 공업용 알콜 넣는 놈도 있고..... 한마디로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정부에서 이걸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있었겠냐? 사실 술은 세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세는 간접세이면서 명분도 있어 조세저항성이 없는 것 중의 하나인데......
정부가 아무 놈이나 술만들어 파는 걸 팔짱끼고 쳐다보고 있다면 그게 이상하거지...... 그래서 깡통... 아니,, 박통 시절에..... 쏘주 회사를 싹 정리해서 고분고분한 놈 몇 놈만 남겨놓게 되었고...... 그 몇 놈이서 서로 치고 박고 싸울까봐 지역 정리까지 해주었으니..... 이른바 소주 지역 카르텔이다..... 익히 알고 계시리라.....서울 경기 진로, 강원도 경월, 대구경북 금복주, 경남 무학, 부산 대선, 전북 보배, 전남 보해, 제주 한일..... 음....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맞나 모르겠다..... 다 한번씩은 마셔봤을텐데.....
이렇게 나눠먹기로 지역마다 쏘주회사가 정해지게된거다...... 뭐.. 지금이야 경월은 두산에게 넘어가고 보배인가는 하이트에서 인수한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은 그 경계가 많이 완화되고 자유 경쟁 체계로 넘어가 자본 많은 놈(진로, 두산)이 깡패 노릇하는 듯 하다.....
그럼 이 회사들은 주정 사와서 물에 희석해서 병에 담아 팔기만 하냐고? 물론 그렇지는 않다..... 쏘주가 아무리 만들기 간단하다고는 하나 그 또한 술이라.... 그리 쉽게 제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술에 들어가는 첨가물도 회사마다 다 다르다...... 감미료로 쓰는 것도 솔비톨, 아스파탐, 사카린(지금은 안쓴다), 올리고당, 벌꿀, 설탕 등 다 다르다...... 그래서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술맛을 보고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도 알 수 있는 거다......

이것은 여담인데 두산 이야길 하나하자면.....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오비맥주의 아성이 하이트로 이름 바꾼 조선맥주에 당하고 난 다음 이래서는 안된다해서 인수한 회사가 경월이었다..... 원래 두산(동양맥주)는 쏘주 사업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왜냐? 이거 또 세금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원래 주세는 알콜 함량에 따라 붙는게 상식이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쏘주와 맥주의 주세는 완전히 거꾸로 되어있다....쏘주의 세금보다 맥주에 붙는 세금이 엄청나게 더 많다....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정(어떤 놈이 정했는지는 몰라도 쏘주 세금만큼 맥주세금을 낮추면 되지 맥주 세금만큼 쏘주 세금을 올렸다.....씨벌)되었지만 예전에는 그 차별이 엄청났다.... 이유는 쏘주가 물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서민들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산으로서는 언젠가는 쏘주 세금과 맥주 세금이 비슷해질거고 그렇게 되면 누가 쓰디쓴 쏘주 마시겠냐....다 맥주로 온다 하고 맥주만 띵가띵가 만들어 팔았던 거다.... 그러다가 하이트에 한방맞고 사업 다각화한게 쏘주 회사 인수이고 그 당시 가장 만만했던게 강원도의 술 경월이었다.....옛날 경월 술 마셔본 사람있나? 이거 죽이는 술이었다..... 됫병으로 파는 경월 하나면 몇 사람은 비행기 안 타고 홍콩갈 수 있었더랬다.... 물론 돌아올 때는 초죽음이 되어야 했지만..... 그거 인수해서 나온 술이 그린이다...... 지금은 역시 진로의 힘에 눌려 있지만 처음 나올 때는 진로도 꽤나 땀 흘리던 상대였다...... 내가 판단하기에는 두산이 쏘주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맥주 마케팅과 쏘주 마케팅이 다르다는 걸 잘 몰랐기 때문이다....그리고 신제품 개발이 너무 안일 했다..... 혹시 '山'이나 '청색시대'라는 술 아시나? 그거 두산에서 개발한 쏘주 브랜드였다..... 둘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좋은 이름 붙여서도 제대로 못 팔아먹었다..... 회사 이야기만 너무 했구나..... 다시 쏘주이야기..... 요즘 나오는 고급 쏘주들은 제법 증류주의 면모를 갖춘 것들도 있지만 완전 증류식은 아니다..... 아직은 주정을 주로하고 증류주와 블렌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여하튼 쏘주는 그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있고..... 충분히 개발하면 우리나라 대표 술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음..... 실제로 쏘주 본래의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한것만 같다..... 뭐... 사실 이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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