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 포장품 가장 안전 체질에 적합한지 따져야
한의학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한약재 문제다. 중국산 한약재의 중금속 오염 등 부정적인 정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약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한약재도 규격품을 사용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좋은 한약재를 안심하고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향 녹용 등 비싼 한약재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체질에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
좋은 한약재 선택 약효 좌우
한약으로 약효를 보기 위해선 달이는 정성 못지않게 좋은 약재 선택도 중요하다. "감초는 단단하고 단맛이 강한 것이 좋다. 오미자는 향이 나고 보라색이나 자색을 띠는 것을 골라라. 인삼은 속이 단단하며 껍질과 속이 꽉 차 있어야 한다 …."
한약재를 고르는 원칙을 제시한 것인데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식별법이다.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약초 △△상회' 등의 간판을 단 한약재상에서 규격품을 구입하면 일단 안심할 수 있다. 이들은 허가받은 한약제조업소에서 생산된 것으로 현재 전국에 220여 제조업소가 있다.
규격품의 포장에는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필증이 반드시 있다. 그 외에도 원산지, 생산자 이름과 주소, 가격, 중량, 포장일자 등이 표시돼 있다. 규격품을 사용하지 않는 한의원은 처벌받기 때문에 탕제로 쓰이는 약재는 모두 규격품이라고 보면 된다.
한약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국민보건을 위해 약재의 취급자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행 법률상 한방의료는 한의사 면허를 가진 자만이 약재 처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처방전이 나와 있는 십전대보탕 쌍화탕 등 100개 항목은 한약사와 약사도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결론적으로 허가받은 제조업체에서 만든 한약재를 이용해 한의사가 처방한 것이 가장 믿을 수 있고 안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약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국산 한약재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거나 곰팡이균이 들어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중국산 등 수입 한약재는 모두 나쁘기 때문에 기피해야 하나.
현재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한약(생약) 규격집에 실려 있는 한약은 모두 520종이다. 이 중 380종은 국내에서 생산량이 부족하거나 아예 생산되지 않아 중국 러시아 인도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두충 길경 당귀 구기자 등 50여 품목은 농가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농림부가 이들 품목에 대해선 매년 생산통계를 발표한다.
우리 땅에서 재배된 한약재가 우리 몸에 좋겠지만 문제는 모든 한약재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불가피하게 수입산을 쓸 수밖에 없는 생산구조라는 것이다.
계피의 경우 인도에서 들어오는 서강계피와 인도계피에 비해 중국산 유계피와 원계피가 냄새와 맛이 강해 상품(上品)으로 인정받고 있다. 후박의 경우는 국내산 후박은 원하는 약효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한약재로 쓸 수가 없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산이 좋고 중국산이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한약재라면 우리 농가를 보호육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약재를 고를 때 비싼 것이 좋다는 심리가 은연중에 존재하고 있다. 녹용의 경우 2천년 전부터 보약으로 쓰이고 있으며 약재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러시아에서는 '신의 뿔'이라고 부를 정도로 약효를 인정받고 있다.
녹용은 빈혈이나 체질이 허약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굳이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녹용 대신 다른 약재를 대체해도 된다.
10g에 40만~5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사향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비싼 한약재인가보다는 자신의 체질에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삼세한방병원 공복철 병원장·주관한의원 이주관 원장
출처 부산일보